아주 흥미롭지만 매우 까다로운 질문이네요. 아시다시피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패러디와 리메이크 그리고 오마주란 단어의 뜻과 의미는 여느 예술분야보다 영화분야에서 보다 다양하고 명확한 기준으로 사용 되고 있습니다. 만약 그러한 구분을 패션쪽에 적용시켜 본다 하더라도 패션에서의 그 미묘한 차이를 이 세가지 단어로 단정 지어 이야기 하기에는 살짝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감독이 이 세 단어를 이용 해 자신의 작품 의도를 대중들에게 밝히듯이 저 역시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상징적으로나마 몇 가지 예로 구분 들어 드릴 수 있을듯 합니다.
먼저 세 단어 중 가장 패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은 리메이크입니다. 대부분의 클래식한 옷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유행에 상관없이 우리가 항상 즐겨 입고 고유명사화 된 옷들입니다. 트렌치 코트 혹은 청바지가 대표적인 예이겠죠. 데님이 개발된 이래 오랜세월 동안 데님의 소재와 봉제 방법 혹은 대표적 디테일을 이용해서 현재까지 셀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종류의 팬츠들이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들에 의해 재 해석 되어 아직까지 우리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많은 팬츠들을 통칭하여 진 혹은 데님 팬츠라고 계속 부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오마주 입니다. 언제나 패션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예술 및 학문 그리고 사회 전반의 다양한 이슈들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특별히 아트는 디자이너들에게는 아주 강력한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항상 자신이 받은 영감에 대해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밝혀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패션에서 오마주는 곧 영감이며 그 대상은 형이상학적이기 보다는 명확하고 그것만의 가치 또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결과물 역시 그 대상의 가치에 상응할 수 있다면 완벽 할 것입니다. 10960년대 이브생 로랑이 몬드리안의 composition시리즈를 이용해 몬드리안 룩을 만든 것처럼 말입니다.
또 다른 예는, 현재 우리가 입고 입는 대부분의 스타일들의 원류들은 이미 오래 전 천재적인 디자이너들에 의해 완성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그들의 이름을 우리는 패션의 대명사처럼 이야기 하며 존경하고 있습니다. 이브 생 로랑, 크리스찬 디올, 사넬 등과 같이 말입니다. 1940년대 디올의 new look 과 1960년대의 이브생로랑의 le smoking 은 당시 시대상황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이슈였고, 현대 패션 정립에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현재까지도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그들에 대한 존경심을 밝히며 그 룩들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많은 컬렉션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패러디입니다. 디자인적 관점에서 제일 예를 들기가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패션의 주류에서는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패러디 라는 형태의 표현방법을 많이 쓰진 않습니다. 가끔 사회적 이슈에 민감한 디자이너들이 그것들을 패러디해 자신들의 패션쇼에 메시지를 담아 이야기 한다던지 신인 디자이너가 자신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기 위해 전략적인 개념으로 접근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보편적인 형태는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 패션에서의 페러디는 존재하며 그 중 가장 상징적이며 대표적인 디자이너로 이탈리안 디자이너인 모스키노를 들 수 있습니다. 생전 그의 아름다운 작품들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그만의 독특한 패러디들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술에서부터 정치 심지어는 공룡 명품 패션 브랜드들과 기존 패션 시스템에 에 대한 과감한 패러디까지… 여느 패션 디자이너와는 확연히 다른 길을 걸었던 디자이너였으며 우리는 아직 그의 패러디를 사랑하고 있고, 모스키노의 패러디 기법은 현재 대중 패션에서 아주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스키노가 에이즈로 사망 후 , 현재 그의 어시스트였던 로셀라 자르드니가 지금까지 모스키노의 정신과 브랜드 명성을 아주 잘 이어 나가고 있는 것은 그녀의 모스키노에 대한 진정한 오마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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